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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마도조아 쪽지보내기 포인트선물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6-03 23:44 조회29회 댓글0건

본문

⊙ 불법 사이트 개설비 1000만원… 회원 확보가 관건
⊙ 서버는 일본, 운영자는 필리핀·중국·대만에서 활동
⊙ “아무리 신출귀몰해도 돈을 딸 순 없다는 점 알아야”

 

 20대 초반인 A씨는 공식적·대외적으로는 ‘무직(無職)’이다. 친구들은 그가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유학하는 줄 안다. 여권에 찍힌 비자는 ‘유학비자’가 아닌 ‘관광비자’다. 그는 석 달에 한 번씩 비자를 갱신하러 한국에 들어온다. A씨는 과거 ‘여자장사(룸살롱 같은 유흥주점에 여종업원을 공급하는 일)’를 할 때 알았던 세 명과 함께 1년 전부터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불법(不法) 사설도박이다. 메인서버는 일본에 있고, 운영자 넷은 1년 넘게 동남아시아에 체류 중이다. 잠시 한국에 들어온 그가 털어놓은 불법 인터넷 도박의 메커니즘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는 “정말 재수 없지 않고서야 경찰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불법 도박 규모 약 75조원… 불법 온라인 토토 7조6000억원
 
  최근 방송인 김용만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약 5년간 10억원가량의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농구선수 출신의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은 경기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우연히 접속했다가 수억 원대의 재산을 날렸다는 뉴스는 더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국무총리실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난 3월에 발표한 ‘불법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 인터넷 도박 연간 17조원, 온라인을 이용한 사설 스포츠토토 7조6000억원 등이다. 이 위원회가 보는 전체 불법 도박 규모는 약 75조원이다. 온라인 도박 사이트는 인터넷 접속이 쉽다는 점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설 온라인 토토 사이트 운영 자체가 불법이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에 대해 운영자나 이용자 모두 세금 1원 한푼 내지 않는다.
 
  국가에서 인정한 ‘운동경기 결과 예측 게임’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스포츠토토’뿐이다. 2001년 10월에 처음 나온 ‘스포츠토토’는 게임 참가자가 축구·야구·농구·골프·씨름 등의 경기 결과를 예측해 베팅한 뒤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게임이다. 전적(全的)으로 운에 좌우되는 복권(로또·주택복권) 등과 달리 토토는 경기의 결과를 참가자가 상세히 분석한다는 차원에서 ‘지적 게임’으로 분류돼 왔다. 운동경기의 승·무·패를 맞히는 게임(승부식), 경기 득점·실점을 맞히는 게임(점수식), 승·무·패와 득실점을 동시에 맞히는 게임(혼합식) 등으로 구분돼 있다. 대상 경기와 발매 일정은 보통 1~2개월 전에 결정되고, 경기 시작 일주일 전부터 경기 시작 10분 전까지 발매한다. 청소년은 투표권을 구매할 수 없고, 환급금을 수령할 수 없다. ‘스포츠토토’는 지정 지점에서 사거나 온라인 발매 사이트를 이용해 살 수 있다. 이 사이트가 ‘베트맨(betman)’인데 우리나라에서 합법(合法)인 유일한 토토 사이트다.
 
 
  불법 토토 사이트 가입 까다로워
 

법원이 지난 3월,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로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에 대해 청구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30대 후반의 자영업자 B씨는 평소 ‘스포츠토토’를 즐기다가 얼마 전 불법 토토사이트에 가입했다. 그는 300만원 정도를 잃고 더이상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았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직장인이 아니라 시간이 자유롭다 보니 새벽에 해외 프리미어 경기를 보는 일이 잦았습니다. 처음에 TV로 시청하다 응원하는 팀이 생겼고, 뉴스를 검색하면서 팀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팀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경기 결과를 대충 예측할 수 있었고, 돈을 걸고 경기를 보면 더 짜릿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포츠토토’를 이용했는데 한 번에 10만원밖에 베팅하지 못하게 돼 있더군요. 더구나 제가 걸고 싶은 경기는 리스트에조차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사설(불법) 사이트를 찾았는데 찾기 어려웠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설 사이트가 많다고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버젓이 활동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불법 행위인데 주위에 ‘아는 사이트 있느냐’고 묻기도 좀 그렇고요. 저처럼 구단을 분석하는 포털 카페에 가입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가입된 회원들과 구단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던 중에 ‘안전하게 베팅할 만한 곳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가입하기가 까다로웠습니까.
 
  “인터넷 주소는 받았는데 제 정보를 입력한 후에 ‘추천인’을 등록해야 했죠. 카페에서 제게 정보를 준 사람이 넘겨준 아이디(ID)를 입력하고 나서야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추천인’을 만난 적은 없죠.
 
  “카페에서 실명을 쓰는 사람은 없어서 그 사람 이름도 정확히 모릅니다. 그저 몇 달 동안 ID로 정보 공유하고 MSN으로 공통 관심거리 얘기만 했죠. 만난 적 없고 실명도 모르죠.”
 
  —사설 토토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어떻던가요.
 
  “외국에서 벌어지는 작은 경기까지 정말 다양해서 놀랐습니다. 베팅 방식도 승·무·패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라 세밀하게 나뉘어 있어서 한동안은 방식을 공부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가장 매력적인 건 배당률이었는데 ‘스포츠토토’보다 5배 이상 높았습니다. 베팅 금액, 베팅 횟수는 사실상 무제한이었고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베팅할 수 있더군요. ‘스포츠토토’는 배당금이 하루나 이틀 후에 지급되는데 이 사이트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통장에 꽂혔습니다. 베팅 금액이 커지다 보니 운동경기 예측에 갈수록 몰입하게 되고 사업은 뒷전이 됐습니다. 돈을 딸 때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보유머니’(게임할 수 있는 돈)를 까먹었고 몇 번 충전하다 보니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손을 뗐습니다.”
 
 
  불법 사이트 개설비 1000만원, 준비기간 일주일
 

불법 스포츠베팅 사이트 홈페이지.

  불법 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는 A씨가 사이트를 오픈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 정도다. A씨의 말에 따르면 이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개발자(프로그래머)·대포폰·대포통장·지인’ 등이다.
 
  A씨와 친구들은 이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후에 1억원을 모았다. 이 ‘1억원’은 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게임 결과를 맞힌 회원들에게 주기 위한 ‘밑천’이다. 그리고 개발자(프로그래머)를 알음알음으로 찾기 시작했다. A씨의 얘기다.
 
  “개발자가 있어요. 사설 토토 운영은 안 하고 프로그램만 파는 사람들이죠. 저는 오락실, 게임쪽에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연결통로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초기 사이트 구축비로 개발자에게 1000만원 줬습니다. 개발자가 홈페이지를 만들어 왔고 우리가 디자인 같은 것 좀 손봐 달라고 했습니다. 일주일이면 쇼부쳐요.”
 
  —운영자는 사이트 개설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군요.
 
  “개발자가 전부 다 해서 갖다 줍니다. 서버는 일본에 있습니다. ‘바지사장’ 명의로 일본에 오피스텔 하나 빌리고 서버 갖다 놨죠. 매달 오피스텔 관리비, 서버 관리비 등 200만원 우리가 냅니다.”
 
  —하필 일본인가요.
 
  “인터넷이 젤 빨라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질이 급해서 사이트가 느리면 이용하지 않습니다. 실제 운영하는 사람은 필리핀, 대만, 중국 등에 거주합니다.”
 
  —일본에서 오피스텔 얻기 쉬운가요. 서버가 있으니까 트래픽이 몰릴 텐데요.
 
  “인터넷 쇼핑몰 운영한다고 하면 다 내줍니다. 개발자가 사이트 구축에서 서버 관리까지 세팅을 일괄적으로 해 줍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도망가는 루트까지요.”
 
  —어떻게요.
 
  “개발자는 사이트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니까 경찰 추적이 들어오면 금방 알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이 들어오면 당장 도메인 바꾸라고 전화 오고 오피스텔 폐쇄합니다. 도메인만 바꾸면 끝나요. 도메인 주소 바꾸면 경찰들이 못 쫓아옵니다.”
 
  —해외에 서버 두면 경찰들이 더 잡기 어렵겠군요.
 
  “일본 서버 있는 곳을 기습했다고 해도 ‘바지사장’ 명의로 돼 있으니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일본 서버에서 아이피(IP) 주소를 한 번 더 따서 필리핀으로 갑니다. 필리핀에 잡으러 가도 또 거기가 아닌 겁니다. 거기서 IP를 또 한 번 따서 대만으로 가도 없고요. 운영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개발자는 ‘바지사장’ 앉히고 우리는 ‘대포통장’ 쓰니 더합니다.”
 
  —A씨는 본인 명의의 통장, 휴대폰은 없나요.
 
  “제 명의의 휴대폰은 있는데 정말 가까운 사람들과 통화할 때만 사용합니다. 현재 제가 무직으로 돼 있는데 통장에 돈이 많으면 안 되니까 휴대폰 사용료 같은 것이 자동이체될 정도의 돈만 넣어 놓습니다. 현금 거래는 대포통장을 이용합니다.”
 
  A씨는 대포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때조차 야구모자를 푹 눌러 쓰고 간다고 한다. 출금은 한 곳에서 하지 않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한다. 그는 1년 넘게 불법 토토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을 자동차 트렁크 안에 보관하고 있다. 그의 얘기다.
 
  “요즘 누가 돈을 통장에 넣습니까. 다들 땅에 묻고 숨기죠. 차 트렁크에 1000만원, 2000만원씩 놔 두면 집에 올라와서도 불안해서 잠이 안 올 때가 있습니다. 아는 형은 집이 땅부자여서 땅 파서 금고 묻었습니다.”
 
  —땅 파는 업체를 추적하면 이렇게 자금 숨기는 곳을 찾을 수 있겠네요.
 
  “못 찾죠. 땅만 파 주는 건설업체가 있는데 한 번 파 주는데 10만~20만원입니다. 금고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원하는 곳에 갖다 줍니다. 금고가 꽤 무거워도 이삿짐 업체 같은 곳에 5만원 주면 다 옮겨 줍니다.”
 
  그의 얘기를 들어 보니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 112억원을 맡아달라는 처남의 부탁을 받고, 110억원의 뭉칫돈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 파묻어 보관한 일명 ‘마늘밭 110억원’ 사건(2011년 4월)이 이해가 됐다.
 
 
  대포통장, 백업통장
 
  A씨는 이런 사업을 하는 전제 조건으로 ‘대포폰·대포통장·지인’을 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에 비하면 요즘 대포통장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대포통장은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빚에 허덕이는 막바지 사람들한테 구합니다. 예전보다는 이런 사람들 구하기가 좀 어려워졌습니다. 이 사람들한테 돈 주고 대포통장 만들어서 가져오라는 게 아니라 한마디로 그 사람 명의를 통째로 사서 쓸 수 있는 곳에 전부 씁니다.”
 
  —명의 통째로 빌리는 데 얼마 듭니까.
 
  “100만원이면 됩니다. 은행별로 통장 다 만들고, 휴대폰 만들고 쇼핑몰 가입해서 필요한 물품 사는 것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합니다. 애들 명의 대포통장도 많아요. 부모들이 15살짜리의 명의를 파는 거죠. 우리 입장에서는 그 명의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니까 어찌 보면 한 사람 인생이 끝장나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도 조심해야 됩니다.”
 
  —왜요.
 
  “대포통장 파는 사람들도 머리가 좋은 게, 요즘은 통장에 인출카드를 2개 만들 수 있거든요. 어차피 자기 이름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되는 걸 아니까, 통장에 돈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를 수시로 보는 겁니다. 그중에는 돈 들어왔을 때 싹 빼 버리고 잠수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포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면 백업통장으로 옮깁니다.”
 
  —백업통장은 누구 통장입니까.
 
  “지인 통장이죠. 그 돈을 먹고 날지 않을 정도로 친한 사람입니다.”
 
  —지인이 걸리면 어떻게 합니까.
 
  “지인이 걸리면 경찰에 가서 ‘내 통장, 모르는 사람한테 팔았다’고 하면 끝입니다. 돈이 급해서 대포통장으로 팔았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죠. 초범이면 벌금이 200만원 정도 나오는데 그 돈은 우리가 내 줍니다. 그런데 지인에게 조사가 들어갈 정도면 벌써 추적당한 거니까, 사이트 갈아치우고 싹 다 지웁니다.”
 
  —싹 다 지워요?
 
  “사이트 회원들한테 문자를 보냅니다. ‘이벤트를 시작한다. 오늘 입금하면 10%의 보유금액을 얹어 준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거기에 혹해서 입금을 하고 나면 사이트를 내려 버리는 겁니다.”
 
  —먹고 난다는 거죠.
 
  “네. 회원들은 우리한테 그냥 호구거든요.”
 
  —만일 대포통장이 없다면 이런 사업 할 수 있습니까.
 
  “절대 못하죠. 다른 사람 명의로 된 통장, 전화 없이 자기 이름으로 어떻게 합니까.”
 
 
  회원수 늘리기 위해 사이트 합치기도
 

110억원이 묻혀 있던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마늘밭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추가수색을 실시하는 모습.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와 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 불법 행위를 하는 셈이니 서로를 탓하기 어렵다. 철저하게 자신의 존재를 숨긴 운영자와 이용자가 서로 매치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불법 고포(고스톱·포커) 사이트를 운영했던 C씨는 석 달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는 현재 경기도에서 ‘아케이드 게임방’(황금성, 바다이야기 같은 기계를 놓고 게임하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 C씨가 사업을 접은 이유는 ‘회원 확보가 어려워서’였다.
 
  “회원 확보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불법 고포 사이트를 하는데 대놓고 전단지를 뿌릴 수는 없잖습니까. 주변에 알음알음으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건달을 끼지 않고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달이라뇨.
 
  “우리 같은 사람은 줄이 없습니다. 건달은 피라미드 조직으로 전국에 퍼져 있잖습니까. 돈 되는 사업을 한다고 하면 한날한시에 움직일 수 있으니 이런 사업에 적당할 겁니다. 하지만 저처럼 한명 한명 이렇게 입소문을 기대하면 사이트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유저(user·회원)를 600명까지 모았는데 겨우 본전이었습니다. 3~4년 전에 고포 사이트는 유저가 1000명은 돼야 돈이 벌렸거든요. 그러다 보니 연합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회원수를 늘리기 위해 연합한다는 겁니까.
 
  “사이트하는 사람이 빤했습니다. ‘너, 유저 몇 명 있냐. 나, 600명쯤 있는데 도저히 안 늘어난다. 우리 합치자’는 겁니다. 그렇게 사이트 두 개를 합쳐서 회원수를 늘려 나가는 겁니다. 토토는 개인이 컴퓨터에 예상 승률을 맞히는 1대1 게임이지만, 고포는 유저들끼리 게임을 하기 때문에 최소 1000명은 돼야 했거든요.”
 
 
  운영자와 이용자의 미묘한 관계
 
  회원, 일명 유저를 모으는 방법은 3~4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한다.
 
  A씨는 “하루아침에 문닫는 사이트가 수두룩한 이유가 유저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했다. 불법 사이트에서 300만원을 날린 B씨는 “베팅을 하고 싶었는데 사설 사이트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하고,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는 A씨는 “유저 모으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A씨는 휴대폰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토토 사이트 주소를 입력했다. 주소를 치니 ‘해당 웹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 밑에 있는 ‘추가 정보’를 누르니 실제 운영 중인 사이트 창이 떴다.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했다. ‘이거 보여주면 안 되는데…’라며 그는 말을 이었다.
 
  “이게 사이트 메인 창이에요. ID가 없으면 접속이 안 돼요. 절대로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게 돼 있습니다. ID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습니다. 기존에 우리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추천인)이 없으면 ID를 만들 수 없습니다.”
 
  —어렵사리 불법 사이트를 찾았다고 해도 추천인이 없으면 불가(不可)라는 거죠.
 
  “유저 700명 모으는 데 1년 걸렸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D라는 사람이 누구 추천인을 타고 들어왔는지 알고 있어야 사이트 운영이 쉽기 때문입니다. D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서 전체 회원들을 다 잘라낼 수는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D씨를 추천한 추천인 라인만 정리를 하는 거죠. ID를 가진 회원마다 전부 ‘추천인’을 한 명씩 달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서군요.
 
  “우리나 이용자나 서로 물려 가는 구조 때문이죠. 가끔 유저들 중에는 100만원 입금하고 300만원 따고 신기하게 경기 결과를 잘 맞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꽤 많아요. 운영자 입장에서는 주기 싫잖아요. 몇 번 지켜보다가 그 사람한테 ‘우리 사이트랑 베팅 스타일이 안 맞으시는 것 같으니 다른 사이트 이용을 부탁드린다’고 인터넷 전화를 겁니다. 대부분 그렇게 말하면 알아듣습니다. 아니면 타고 들어온 추천인부터 IP를 차단합니다.”
 
  —결국은 호구들만 상대한다는 소린가요.
 
  “유저들이 죄다 맞히면 그만큼 우리 돈이 나가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유저들도 신중합니다. 돈이 걸린 문제라서 아무 사이트에나 들어가서 게임하면 안 되잖습니까. 자기가 열심히 맞혔는데 운영자가 사이트 폐쇄하고 돈 안 주면 안 되니까요. 서로 믿고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추천인’ 형식을 빌리는 겁니다.”
 
  A씨가 유저를 모은 방식은 이렇다. 그는 한때 ‘스포츠 정보’ 카페를 운영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어느 팀이 이길 것인지 분석하는 홈페이지였는데 제법 잘 맞혔다. 회원수가 늘었고, 이들 사이에서 ‘괜찮은 사이트 없냐. 안전하게 이용하고 싶다’는 얘기들이 오갔다. A씨는 이런 회원들에게 추천인 ID를 건네고 ‘이거 타고 가 보라’고 했다. ‘아프리카TV’와 같은 개인 인터넷 방송을 보던 이용자들 중에 사이트에 가입한 이도 꽤 된다. 총판도 활용했다. A씨의 말이다.
 
  “사이트 운영 하지 않고, 개발자도 아니면서 회원만 전문적으로 넣는 사람들을 총판이라고 합니다. 밀어넣은 회원 숫자에 따라 커미션을 떼먹는 사람들이죠.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이들은 사이트 운영자에게는 확실한 유저들을 소개시켜 주고, 유저들에게는 돈 떼먹지 않는 사이트를 연결시켜 줍니다.”
 
  —경찰이 추천인을 타고 가입할 수도 있잖습니까.
 
  “유저가 어정쩡한 사람을 타고 오면 인터넷 해외 전화로 전화합니다. 발신자표시제한으로 해서 ‘어느 분 타고 오셨느냐’고 물어서 괜찮다 싶으면 ‘사이트 이용을 부탁 드린다’고 하고 끊습니다. 이상하다 싶으면 차단합니다. 가입했다고 해서 무작정 ID를 살려 두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 일주일에 10만원어치 게임을 해야 살려 둡니다. 우리 잡으려면 수사비 투자를 많이 해야 할 겁니다. 자주 이용하지 않으면 ID 차단하고, 의심스러운 유저다 싶으면 추천인 처음부터 싹을 다 자르는 겁니다.”
 
 
  중고생 회원 꽤 많아
 

온라인 고포 사이트 캡처. 고포 사이트는 유저가 1000명은 돼야 운영자 입장에서 수익이 난다.

  A씨 사이트의 회원은 700여 명이다. 중요한 것은 ‘실베터(실제로 베팅하는 이를 일컫는 말)’ 숫자다.
 
  “유저가 우리 사이트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를 이용하잖습니까. 배당이 좋은 곳을 찾아 날아다니는 거죠.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우리 사이트에서 게임해야 실베터예요. 하루에 실베터가 50명은 있어야 먹고살 수 있습니다. 우리 사이에도 메이저가 있습니다. 저희는 주말에 기껏해서 500만원 정도 입금되는데 S사이트는 하루 입금이 1억~2억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원 700명으로 1년 운영하면 돈이 얼마나 남습니까.
 
  “한 달에 1억5000만원 정도 왔다갔다한다고 계산하면 1년에 18억원 정도죠. 다 먹을 수도 있고, 거의 못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브로커한테 돈 주고 승부조작을 하는 겁니다. 해외게임이야 어쩔 수 없지만 국내의 큰 게임 같은 경우는 말이죠. 만약 H라는 농구 게임에 대해 유저들이 대거 한쪽에 베팅을 했다고 치죠. 그게 적중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그만큼을 유저들에게 되돌려줘야 하잖습니까. 그 돈을 주는 것보다 브로커에게 돈주고 승부 조작이 낫겠다고 생각되면 시도를 하는 겁니다. 조작하거나, 아니면 너무 잘 맞히는 유저들을 걸러내고 호구들만 걸러서 모아 놔야 돈이 됩니다.”
 
  A씨는 하루에 1000만원을 베팅하는 고액 베터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S사이트는 오픈한 지 3년 됐는데 전문가들이 모인 곳으로 유명하다. A씨도 딱 한 번 이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이 사이트는 회원들이 일주일에 최소 50만원을 베팅해야 아이디를 계속 살려준다. A씨는 사설도박 사이트의 문제점 중 하나로 중고생 이용객이 많은 점을 지적했다.
 
  A씨는 “중고생의 10명 중 8명은 토토를 한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게 규정돼 있어서다. 회원가입시 추천인은 필요하지만 실명확인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회원 가입창은 ID와 비밀번호, 대화명, 휴대전화, 은행계좌, 추천인 ID를 적게 돼 있었다. 흔히 인터넷 거래에 필요한 ‘실명확인’(이름과 주민번호)은 없었다.
 
  A씨에 따르면 이런 거액 베터들은 운영자처럼 대포통장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사이트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란 어렵다. 길어야 2~3년이다. 일종의 ‘떴다방’ 형태다. A씨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2014년까지만 사이트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했다.
 
  “경기 큰 날 있잖아요. 대한민국 대(對) 일본이랄까, 그렇게 큰 경기 하는 날까지만 사이트 운영하려고요. 많이 올라가 봐야 8강일 테니까, 입금 이빠이 받고(최대한 많이 받고) 날라야죠.”
 
  —그렇게 2년 하고 나면 돈이 얼마 남나요.
 
  “1억 투자했으니까 매달 돈 나눈 거 빼고 최소 2배는 빼야죠.”
 
  —동업자 넷이 월급은 어떻게 가져가나요.
 
  “월급이 아니고 기준점을 정했어요. 기준점을 넘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네 등분해서 나눠 가졌습니다. 사이트를 24시간, 365일 운영하다 보니 직원 한 명 앉혀서 월급 200만원 줬고요. 아는 웨이터 동생이 일보고 있는데 경기 끝나면 결과 넣고, 입금 확인하고, 유저들한테 돈 쏴 주는 일이 전부니까 얼마나 좋아요. 해외에 있으면 재밌어요. 놀러 다니고, 클럽 가고, 거기 물가가 우리보다 싸니까 살 만하더라고요.”
 
 
  “재수 없어야 걸린다”(불법 사이트 운영자)
 
  A씨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그는 우리나라 경찰의 법망 정도는 쉽게 피해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과거 일산 오피스텔에서 불법 사이트를 운영할 때 경찰 추적을 한 번 받은 적이 있었단다.
 
  “개발자가 ‘경찰이 우리 IP 따고 들어왔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개발자가 보면 이게 경찰이 IP 따는 건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피스텔부터 정리하라고 해서 컴퓨터 들고 날랐습니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던 오피스텔이었거든요. 개발자가 도메인주소 바꾸고, 저는 컴퓨터 들고 날랐죠. 국내는 좀 위험했습니다.”
 
  현재 일본에 서버를 두고 동남아에 거주 중인 그는 “정말 재수 없어야 걸린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실수 두 가지 정도를 하지 않는 한 안 잡히죠. 국내에 있을 때 ‘관리자 페이지’를 접속하면 절대 안 됩니다. 회원 정보부터 모든 것들이 포함된 홈페이지인데 IP가 고스란히 드러나니 접속하는 순간 걸립니다. 돈 뽑으러 갔다가 CCTV에 얼굴 찍힌다든지, 실명 통장으로 이체하든지 하면 잡힙니다. 유저가 너무 많아서 돈을 주체할 수가 없다고 해도, 돈 거래를 유의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만 지키면 별일 없어요. 만약에 백업통장 명의자인 지인이 배 아파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하면 모를까요. 경찰이 냄새 맡고 신상 따고, 해외 출입 기록 조회하고, 잠복해서 쫓아다니다 잡힐 수는 있겠죠. 그래서 그 지인은 가족이나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만 돼 있습니다.”
 
  A씨가 말한 ‘관리자 홈페이지를 여는 실수’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한때 불법 고포 사이트를 운영한 C씨는 ‘개발 과정’을 잘 알고 있다. C씨가 말하는 사설도박 사이트 개발 과정은 이렇다.
 
  “온라인 게임의 구조는 IDC(인터넷데이터센터)에서 시작됩니다. 기업이 전산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곳이죠. KT, SK, LG 등이 운영하는데 이 IDC 안에 게임 서버와 DB 서버가 들어갑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려면 세 가지 서버가 있어야 합니다. 웹사이트를 여는 웹서버, 게임을 구동시키는 게임서버, 연산하는 DB서버가 있어야 합니다. 이게 시작입니다. IDC에서 IP주소 할당받고 ‘www.’를 치고 들어가면 장사 준비 끝입니다. 준비가 끝나면 게임과 별도로 관리자 페이지가 있습니다. 운영자가 회원 및 게임기록 일체를 관리할 수 있는 페이지죠. 이 페이지가 경찰에 걸리면 전체가 걸리게 됩니다. 운영자들이 ‘관리자 페이지’를 한국에서 절대 접속하지 않는 것이 이 이유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이 경찰에 잡혀서 역으로 사설 사이트 운영자가 잡힐 수 있겠군요.
 
  “불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들이 수십만 명은 될 겁니다. 이들을 잡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대부분 원격서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노트북 하나로 조종합니다. 빌딩 전체에 인터넷라인 들어오는 곳에서 노트북으로 조종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냥 떠납니다. 개발자 잡는 건 어지간해서 쉽지 않습니다.”
 
 
  잡히면 무조건 실형이지만…
 

지난 2010년 10월,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친선경기. 한일전은 불법 스포츠베팅 사이트 운영자에게 최고 기회다.

  모경찰서 사이버수사대 팀장 D씨는 지난해 불법 사설도박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했다. 서버는 중국에 두고,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사이트를 운영해 온 일당이었다. 운영자는 20여 년간 룸살롱에서 웨이터 생활을 한 이였다. D팀장의 얘기다.
 
  “웨이터 출신 E씨가 불법 사설도박에 관여돼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E씨에게 돈을 대주는 쩐주(전주)가 있고, E씨와 같이 웨이터 생활을 한 이들이 알음알음으로 유저를 모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E씨가 대포통장, 대포폰을 사용하고 있어서 증거 잡기가 어려웠죠. 꽤 오랫동안 지켜보던 와중에 E씨가 실수로 본인 명의의 통장에서 타인에게 돈을 이체하면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검거하기 어려웠다는 소립니까.
 
  “의심 가는 이들의 리스트를 놓고 금전거래, 통화내역을 분석하는 등 범죄자 모니터링을 합니다. 이들이 완벽하게 범죄행위를 하는 것 같지만 실수를 하게 돼 있습니다. 그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추적을 시작하는 거죠. E씨의 실수로 확신이 생긴 이후 추적하니 생활 패턴이 일정했습니다. 운영자, 돈 심부름 하는 이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일정한 시간에 일정 장소에 모여 오토바이로 이동하며 거래했습니다. 그 과정에 개입해 검거했습니다.”
 
  D 팀장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1년간 불법 사설도박 사이트를 통해 총 6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D씨는 “사설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국내를 기반으로 움직이지 않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데다, 차명 거래를 하기 때문에 검거에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단 검거되면 초범이라 할지라도 실형을 산다. 이들이 벌어들인 모든 돈은 범죄수익금으로 환수한다.
 
 
  “죄 짓고 사니 편하진 않다. 다음엔 컴퓨터 일 안하겠다”
 
  A씨는 해외에서 활동 중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관리자 페이지’를 초기화시킨다. 행여 경찰에 잡히더라도 추징당하지 않기 위해, 모든 기록을 지우는 것이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한 달에 한 번씩 바꾼다.
 
  A씨는 “한국에 다녀오는 사람들한테 하드 몇 개를 사오라고 부탁해서 한 달에 한 번씩 바꾼다. 전에 쓰던 하드디스크는 소각을 해 기록을 일절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 세계에서 ‘불법 토토사이트’ 운영자는 ‘토사장’으로 불린다. 이렇게 해외로 떠돌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A씨가 중국에서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하루였다. 옆방에 앉은 팀은 한눈에 봐도 한국인들이었다. A씨 방에서 서빙을 하던 조선족이 “저쪽 방 오빠들도 IT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A씨처럼 불법 사설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들이었다. 그는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인들을 만나면 대충 뭐하는 사람인지 서로 알아본다”고 했다. A씨에게 ‘불법, 탈세’에 대해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다음에 컴퓨터 일은 안 할 겁니다. 초기 비용은 적게 들었는데 생각보다 머리 많이 써야 하고 힘들었거든요. 세금은 솔직히 안 내는 게 장땡이라고 생각합니다. 탈세하지 않고서 돈 벌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정부가 지하경제 운운하는 거 들었는데, 불법하는 사람들은 바퀴벌레 같아서 살아남을 사람은 다 살아남아요. 저도 죄 짓고 사는 사람이라서 마음이 편한 건 아닙니다. 특히 ‘엄마 수술비로 게임했다’면서 돈 돌려달라는 사람들 보면 가슴이 아프죠. 그것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 많다는 거 아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정작 본인은 단 한 번도 베팅해 본 적이 없다는 A씨는 “도박에 미친 사람들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아무리 공부하고 베팅해도 유저들이 이길 수 없습니다. 5번 베팅해서 5번 다 이기는 운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 과정에서 땄다 잃었다를 반복하니까 빠져드는 겁니다. 정말 큰 게임이 걸리면 조작 들어가고요. 경기 하나에 몇 억이 왔다갔다합니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그 경기가 지면 우리가 회원들에게 전부 돈을 줘야 하는데 가만히 있겠습니까? 브로커 통해서 어떻게든 조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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